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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 Myself
하늘을 좋아한다. 그래서 하늘색을 좋아한다. 하늘의 푸르름을 좋아한다. 하늘에 떠있는 구름을 볼때면 나도 함께 몽글몽글 떠내려 갈 것만 같아서 설레인다. 책을 좋아한다. 시집을 좋아한다. 시집의 구절을 좋아한다. 사람을, 사랑을 떠오르게하는 문장을 좋아한다. 문득 그리워지는 날에 시를 보면 보고싶은 얼굴을 선명하게 그려 낼 수 있다. 시를 읽다보면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이 떠오르는 구절이 있으니깐. 내 그리움은 그 문장을 되새기는 걸로 채우면 된다. 푸르른 녹음을 좋아한다. 친하지 않은 것들과 요즘은 친해지기의해 노력중이다. 그리움과 사랑에 대한 감정에 대해서도 친해지는 중이고, 친하다고 생각했지만 실상 그렇지 못 했던 여름의 따가운 햇살과 어느 정도의 습도와 친해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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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께서 선물해주신 책을 읽기 시작했다. 생각해보면 아버지께 선물받은 책은 모두 길지 않은 내 인생에 의미가 없었던 적이 없다. 새로운 길을 걸어가야 할 때도 항상 나에게 친구가 되어주었고, 조금 어두운 터널을 지날 때는 빛이 되어주기도 했다. 이틀 전 통화에서 아버지께서 서울에 올라오면 하고 싶은 일이 많다고 하셨는데, 나는 가장 먼저 서점이 떠올랐다. 항상 아버지랑 서울에 오면 두 손 꼭 잡고 서점을 가서인가. 방학 알차게 잘 보내라고 어김없이 책 한 권을 골라 손에 쥐어주시던 모습이 자꾸 책장을 넘길 때 마다 아른거린다. 점점 아버지의 삶을 닮아가는 나의 모습이 그리 싫지만은 않다. 자주, 아버지가 보고싶어 진다.
하루 하루 솔직히 할 것 들은 너무 많은데 가끔씩 차오르는 생각들에 화도 나고 공허하다. 그러다가 지쳐 기절하다가 다시 자책하며 할 일을 끝내고 다시 잠에 들어 수업에 가기를 일주일 째 반복. 할 것들은 차고 넘치는데 그 틈 사이로 차오르는 그 것 때문에 화가 난다. 잊지말자. 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내가 더 노력해야 한다. 그 것만 잊지말고 다시 시험 공부에 임하자. 사랑해 나 자신, 매일 널 믿어주고 응원해줄게. 길게보자 지치지 말고 오래오래 보자.
목요일날 기대도 안 한채로 친오빠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신호음이 얼마 채 가지 않아 목소리가 들렸다. 참고 버텼는데 여보세요 한 마디에 참았던 설움이 쏟아져 내렸다. 하고싶은 말도 그리운 마음도 컸는데 진정이 되지않아서 그냥 목소리 듣고 싶다고 했다. 솔직히 3주 동안 너무 버거웠다고 그래서 보고싶다고 말하려 했는데 그냥 저녁 먹었냐는 말로 환기시키며 전화를 끊어 버렸다. 애써 한 달 동안 참은 눈물 계속 참으려 했는데 내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 앞에서 무너져버렸다. 그리고 나는 도망을 쳤다. 계획도 없이 무작정 집으로 향하는 티켓을 끊었다. 가끔은 이렇게 도망쳐도 괜찮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나의 여유에 대해서 생각해봤는데, 지금 내가 내린 결론은 나에게 여유는 고향인 것 같다. 그 자체로 ..
흩어진다. 허공에. 말들이. 말한다. 너는. 내뱉어진 말들은 더 이상 너의 책임도 너의 것도 아니라고. 어지럽다. 어지러워진다. 내 마음이 불화한다. 내 말들이 불화한다. 어떤 한 부분이 속시원하게 풀어지지 않는다. 내내 답답함에 통증을 호소한다.
요즘들어 보고싶다, 언제 내려오냐는 연락을 많이 받았다. 고맙다. 고마워서 그 마음들이 어쩔 줄을 나는 모르겠다. 보고싶다. 믿고 기다려주어 고맙다. 3년이라는 시간을 온통 이기적이게 썼는데 묵묵하게 이해해준 그들에게 항상 감사하다. 너무 보고싶다. 무뚝뚝한 내가 애써 참아 온 진심이다.
왜인지 모르겠는데 자꾸 날짜 감각이 무뎌진다. 분명 나는 3월 12일 월요일의 플래너에 오늘의 할 일을 적었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보니 3월 19일의 월요일이었다. 자꾸 침착하지 못 하는 내 자신이 조금은 미우면서도 이해가 되면서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익숙해지면 또 무뎌지겠지. 무뎌지기 전에 다시 한 번 일으켜 세워야하는데. 힘든 것도 아니고 슬픈 것도 아니고 무기력 한 것도 아니고 그냥 아주 보통의 날과 감정의 연속인데 무엇이 자꾸 나의 회로를 어지럽혀 놓는지 모르겠다. 그냥 아무 생각하지 말고 체력이나 키워야겠다. 이마저도 지나 가겠지. 튼튼해지자.
오늘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광화문 교보문고에 왔다. 이것 저것 필요한 책을 둘러보고 시간이 남아 어제 산 책을 보았다. 책의 내용은 작가의 일기, 그녀가 애도하는 모든 것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어떤 경우라도 타인의 일기를 본다는 건 흔하지 않은 일이라 읽는 내내 조심스러웠다. 아무래도 일기는 세상의 일부를 본다는 것과 같은 이야기니깐. 15년 부터 17년 까지 3년 동안의 이야기 중에서 그녀와 같은 생각을 한 순간도 있었다. 그러한 구절을 읽을 때는 마음이 아려왔다. 그리고 미묘한 동질감을 느끼기도 했다. 상황은 달라도 동상을 한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순간이 있기때문이다. 그렇게 한 시간 동안 책을 읽고 갑자기 공책이 사고싶어져 문구류를 파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필요한 곳이 있는 섹션에..
꿈속이라도 괜찮으니깐.